얼마 전 오랜 기자 선배를 만났습니다. 우리 대화 주제는 AI 시대의 먹고사니즘이었습니다. 선배는 농담처럼 “클로드가 나보다 글을 잘 쓰는 것 같다”고 말했고,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요즘 누가 인사치레로 글을 잘 쓴다고 하면 “그거 다 AI가 써주는데요, 뭘”이라면서 겸연쩍게 답하곤 하니까요. 선배도, 저도 이미 AI한테 글쓰기를 상당 부분 맡기고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글쓰기의 시대는 끝났고, 그래서 기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요. 저는 AI 시대에 기자는 라이터가 아니라 ‘에디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 탁월합니다. 녹취록을 던져주면 요약은 AI가 훨씬 빠르고 깔끔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녹취록을 넘어서는 맥락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걸 ‘기획’ 역량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AI가 잘 못하는 영역입니다. 여전히 출몰하는 환각을 걷어내는 ‘편집’ 역량도, AI조차 모르는 정보를 발굴하는 ‘취재’ 역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일합니다. 여러 AI 에이전트 기자들을 거느리는 편집장. 영업하는 편집장 말고, 진짜 편집장. 이건 저와 함께 일하는 승윤님에게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든 건 콘텐츠 창작자의 먹고사니즘보다는 미디어의 먹고사니즘에 가깝습니다. 사실 글이라는 매체 자체가 AI의 복제에 너무나 취약합니다. 커넥터스가 공들여 취재하고 편집한 글들조차 AI의 학습 재료가 됩니다. 단적으로 언젠가 우리 글이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모든 채널 중 네이버 AI 브리핑 인용 숫자 1위가 됐다고 했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진짜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의 답은 네트워크이고, 관계입니다. 물류 운영 실무에 관심 있는 수천 명이 커넥터스를 유료 구독합니다. 이 수천 명은 단순한 독자가 아닙니다. 네트워크입니다. 이들과 쌓은 관계가 깊어지면 세미나 연사 초청으로 이어지고, 도서 출판으로 연결되고, 누군가는 더 긴밀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됩니다.
얼마 전 저는 한 컨설팅 프로젝트에 합류했는데, 커넥터스 파트너 기업의 소개로 연결된 일이었습니다. 콘텐츠가 만든 신뢰가, 관계가 만든 기회였습니다. AI는 이 과정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관계의 언어를 내뱉는 것까지는 AI가 잘합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네트워크를 모으고, 나아가 깊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끝까지 사람의 역할로 남을 것입니다.
커넥터스가 요즘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곧 두 개의 모임이 열립니다. 아직 부족한 것들이 있고, 해보면서 계속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더 긴밀한 네트워크, 더 진짜 같은 관계. 콘텐츠와 커뮤니티는 그것을 만들기 위한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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