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이야기

네이버클라우드가 ‘물류’를 클릭했다?

엄지용_커넥터스 2026. 6. 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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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네이버에서 들어온 광고 제안

얼마 전 커넥터스에 한 통의 광고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조만간 물류 관련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인데, SCM 및 물류업계 고위관계자를 초청하는 것이 가능할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건 꽤 해봤고 저희 전문 영역이기도 해서 흔쾌히 수락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쉽게도(?) 저희 도움 없이도 모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네이버클라우드가 ‘물류’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은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라도 취재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웬걸. 오늘(11일)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 주관으로 열린 〈2026 서울콜드체인포럼〉에 방문했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유경범 네이버클라우드 GTM전략/사업개발 총괄 상무. 광고 문의가 들어왔던 그 행사의 발표자가, 이 자리에서도 동일한 주제로 발표를 했거든요.

2026 서울콜드체인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유경범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커넥터스

물류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인 네이버클라우드가 업계 한복판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연이라기보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겠죠. 여기 네이버가 그리는 AI와 SaaS(Software as a Service), 그리고 물류 솔루션 연합군의 그림이 보였습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네이버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표 후 유 상무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물류 솔루션을 직접 만들고 있는 건가요?” 

 

네이버가 모든 버티컬을 직접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보다는 물류를 비롯한 특화 산업 솔루션 회사와 협력하는 구조를 선택했고요. 네이버가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깔고, 그 위에 물류 도메인을 아는 솔루션 기업들이 올라오는 방식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을 바탕으로 물류업계의 낭비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유 상무가 인용한 맥킨지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물류비의 13~19%가 누수 구간이고, 그 40%는 최적화를 통해 절감 가능합니다. 이는 산업공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증명된 숫자라는 게 유 상무의 표현입니다. 

 

공간과 이동. 물류의 모든 영역에서 낭비되는 부분은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 대의 트럭이 필요하여 호출했는데, 다섯 대가 놀고 있다면 이 다섯 대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비용 절감은 됩니다. 한 대의 트럭이 이동하는데 40%의 빈 공간이 있다면, 이것을 채울 수 있다면 단위 비용은 줄어듭니다. 수요예측이든 배차 자동화든, 경로와 공차 최적화든. 기술 자체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못하고 있을까요?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습니다. 유 상무는 물류기업들이 마주한 장벽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얇은 마진입니다. 많은 물류기업들이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마진이 얇은 상황에서 솔루션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하긴 쉽지 않습니다. 

 

둘째는 인력입니다. 물류회사의 IT 조직은 고령화돼 있고, AI 기술을 새로 학습하기엔 이미 운영으로 빠듯합니다. 그렇다고 AI 인력을 새로 채용하려 해도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합니다. 

 

셋째는 조직입니다. 현업 주도로 아무리 AX를 시도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AI 도입은 단순한 툴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입니다. 대리급·과장급에서 시작하는 바텀업 방식으로는 업무 흐름 자체를 바꾸기 어렵고, 단편적인 성과에 그치기 쉽습니다. 오너나 대표 수준의 의지와 드라이브가 있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게 유 상무의 설명입니다. 

 

이 세 가지 장벽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시하는 방향은 ‘SaaS’에 있습니다. 무료 PoC(개념검증)부터 가볍게 시작해 효과를 먼저 확인할 수 있고요. 대규모 SI에 비해서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입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버티컬 특화 연합군이 온다

 

사실 커넥터스는 이 주제를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왜 물류 시장에는 성공한 SaaS 솔루션이 나오지 않을까. 어찌 보면 앞서 정리된 네이버클라우드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닿는 내용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성공한 물류 SaaS 솔루션은 나오지 않을까커넥터스]

 

물류는 회사마다 다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물류센터마다 다릅니다. 표준화를 하자니 현장을 못 따라가고, 현장을 따라가자니 커스터마이징이 끝없이 늘어납니다. 엑셀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구간에는 들어갈 틈이 없고, 복잡도가 올라가는 순간에는 인하우스 개발이나 SI가 선택됩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물류 SaaS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느냐는, 업계에서 반복해서 던져지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현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 사례를 봤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물류 솔루션 파트너사 카르타모빌리티입니다. 올해 1월 네이버클라우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AI 기반 물류 SaaS 기업으로, 라스트마일부터 미들마일까지 활용할 수 있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와 FMS(Fleet Management Syste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 상무가 소개한 이 솔루션의 도입 사례는 이렇습니다. 올리브영, 무신사 등의 배송 물량을 처리하는 한 중견 물류사가 이 솔루션으로 전체 시스템을 전환했고, IT 관리 인력은 단 1명입니다. 통상 이 규모의 물류사라면 IT 운영 인력이 10명 안팎이 일반적인데, SaaS를 활용하여 효율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유 상무는 “이 기업은 매출 규모가 비슷한 경쟁 기업 대비 영업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SaaS 솔루션의 효용을 설명했습니다.

 

카르타모빌리티가 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물류 안에서도 배차와 운송 관리라는 명확한 문제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런 파트너를 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에 집중하고 버티컬은 파트너에게 맡깁니다. 유 상무가 발표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것도 결국 이 지점이었습니다. 네이버는 물류 전문 회사가 아니라 ‘기술 회사’라는 겁니다. 

 

한 가지를 더 짚어두겠습니다. 유 상무는 AI 에이전트 예산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IT 예산으로 AI 도입 규모를 측정했는데, 지금은 인건비가 AI 에이전트를 쓸 수 있는 최대 예산이 됐다”고요. 노무비와 경비 비중이 높은 물류 산업에서 이 프레임 전환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AI 도입의 상한선이 IT 예산이 아니라 인건비 총액이 된다면, 사람이 많이 투입되는 물류 산업일수록 투자 여력이 오히려 커지는 셈이니까요. 

 

물론 이 구조가 물류 SaaS의 완성된 해답이라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파트너사의 도메인 깊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물류 현장의 복잡성은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네이버클라우드는 특화 영역의 물류 솔루션들을 하나의 지붕 아래 모으는 방식으로 이 시장에 들어왔고,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물류업계가 이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네이버클라우드가 물류를 클릭한 방식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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